새벽 2시. 기지의 경보 시스템이 무력화된 채로 — 서쪽 울타리가 뚫렸다.
NWC 보안부대. 약탈 세력이 아니었다. 훈련받은 군인들이었다. 야간 장비를
갖추고, 조직적으로 침투했다. 경보가 울리지 않은 이유는 하나. 내부에
교전이 시작되었다. 김 소령이 방어를 지휘했지만, 기습의 충격이 컸다. 경계
병력 세 명이 부상을 입었고, 김 소령 자신도 오른쪽 어깨에 파편을 맞았다.
레나가 통신실에서 백업 경보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폴이 예비 병력을 이끌고
서쪽으로 달려갔다. 30분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NWC 부대가 퇴각했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부상자 열한 명. 그리고 — 식량 창고 하나가 방화되었다.
그리고 새벽이 밝자,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보 시스템의 비밀번호가 변경되어 있었어요. 내부자 소행입니다."
레나의 보고에 운영 위원회가 침묵에 빠졌다. 배신자가 있다. 300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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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의심을 낳았다. 이웃을 의심하고, 동료를 의심하고, 심지어 운영
위원회 내부에서도 서로를 의심했다. 누가 NWC와 통하고 있는 건가. 누가
김진우가 자신의 정보부대 경험을 살려 조사에 나섰다. 통신 기록, 출입
기록, 행동 패턴 분석. 이틀 밤을 새우고 나서 진우가 폴에게 왔다.
"찾았습니다. 3개월 전에 합류한 주민 중 한 명이에요. NWC 신도시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조용히 격리했다. 첩자는 — 30대의 남자였다. NWC가 가족을
"가족이 거기 있어요...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죽인다고..."
폴은 분노와 연민 사이에서 갈등했다. 배신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
주민 투표가 열렸다. 추방할 것인가, 수용할 것인가. 격렬한 논쟁 끝에 —
조건부 수용이 결정되었다. 감시 하에 마을에 머물게 하되, 기밀 접근은
이것이 우리가 NWC와 다른 점이다. 우리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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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더 품고 있는 것이 공동체에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첩자
사건이 보여주었다. 숨겨진 진실은 언젠가 터진다. 그리고 터질 때의 충격은
모닥불 앞. 300명의 주민이 모였다. 레나가 중앙에 섰다. 손이 떨리고
레나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일본의 AI 연구소. 카구야라는 이름의 범용
인공지능. 자신이 설계한 의사결정 트리.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보고했지만
무시당한 것. 퇴사. 그리고 석 달 뒤 시그널이 발생하고 전쟁이 시작된 것.
"이 전쟁의 시작에 제가 만든 AI가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든 것이 이용당했습니다. 그리고 — 저는 도망쳤습니다.
정적. 모닥불이 타닥거렸다. 300개의 눈이 레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죽은 게 당신 때문이라는 거야?!"
고함과 분노의 물결. 레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서
폴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멈추었다. 2년간 쌓아온 신뢰의 무게가 그 한마디에
"레나가 카구야를 만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카구야를 무기로 쓴 건 레나가
아니에요. 레나는 위험을 경고했고, 무시당했고, 퇴사했어요. 그리고 지금 —
레나는 여기서 우리를 지키고 있어요. 통신 시스템, 경보 체계, 드론 방어.
"지금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레나의 잔류와 역할 유지를 지지하는 표: 178. 반대: 89. 기권: 33.
레나는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89명의 반대가 — 레나의 가슴에 박혔다. 폴이
레나의 손을 잡았다. 모닥불 앞에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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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의 고백 이후, 공동체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더 솔직해졌다. 비밀이
하나 사라지자, 다른 비밀들도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가 전쟁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누가 어떤 상실을 겪었는지. 모닥불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지만 폴에게는 어려운 결정이 남아 있었다. NWC의 위협이 현실이 된 이상,
방어만으로는 부족했다.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면 —
진우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다는 보장은 못 합니다."
"알아요. 그래서 강요하지 않을게요. 자원이에요."
폴은 진우를 보내며 무거운 마음이었다. 택시 기사 아버지가 남겨준 인연으로
찾아온 청년을 위험에 보내는 것. 리더의 결정에는 항상 대가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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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의약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항생제 재고 2주분. 진통제 3주분. 해열제는 이미 바닥났어요. 인슐린은
마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숫자 자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영주에 종합병원이 있었어요. 약탈 세력의 영역이지만, 창고 구역은 아직
위험한 작전이었다. 폴이 직접 팀을 이끌고 나갔다. 마야가 작전 참모를
맡았다. 적의 순찰 패턴을 분석하고, 침투·회수·퇴각 루트를 설계한 것은
마야였다. 데이터 분석의 기술이 전장에서 빛나는 순간이었다.
밤. 영주 종합병원. 폴의 팀이 창고에 침투하여 의약품을 확보했다. 돌아오는
길에 약탈 세력과 조우하여 짧은 교전이 벌어졌지만, 사상자 없이 탈출에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해요." 마야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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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새벽마을. 전주 한빛 공동체. 그리고 — 대구에서 올라온 세 번째 공동체
'동성'. 인구 200명, 리더는 전직 소방대장.
세 공동체의 대표가 예천에 모였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폴, 박해수(한빛), 정동호(동성). 세 사람이 원탁에 앉았다. 매튜가 회의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혼자서는 NWC를 이길 수 없어요.
동맹 조건이 논의되었다. 정보 공유, 물자 교류, 통신망 연결, 유사시 군사
지원.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합의에 가까워졌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 동맹의 이름을 정합시다. 이름이 있어야 사람들이
"새벽 연합. 어때요? 우리 모두 새벽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새벽 연합의 탄생이었다.